





네가 할 일을 하렴.
*근친 요소가 포함된 글입니다.
상어는 모친의 뱃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저들끼리 살육전을 벌여 그중 살아남는 한두 마리만 생존해 태어난다. 즉 상어란 생물에 있어, 형제애라는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라는 뜻이었다. 그것은 상어란 고유명사를 성씨로 달고 있는 지상의 어떤 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어나는 아이가 언제나 외둥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나든 그중 무사히 성장해 성인이 되는 아이는 언제나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계단에서 떨어지거나, 소풍 간 호수에서 익사하거나, 혹은 베개에 얼굴이 눌려 질식해 죽는 등, ‘불행한’ 사고로 목숨을 잃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몇 안 되는 가문의 어른들은 제 형제의 죽음을 알리러 오는 제 자식, 혹은 손자를 탓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번 세대 스쿠알로 가문의 아이, 스페르비 스쿠알로가 제 누이에게 품고 있는 애착은 그 가문의 기준으로 매우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가문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기준으로 보아도 그 애착에는 범상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형제를 사랑하는 아이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 사랑하는 형제와 같이 침실에 들고, 때로는 입을 맞추고 싶어 하는 아이는 드문 것이었다.
*
누님, 입을 열어봐. 그녀는 그의 요청대로 입을 벌렸고, 곧 매끄러운 초콜릿 한 알이 그녀의 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어때, 맛있어? 네가 전에 말한 적 있는 가게에서 사 온 건데. 들뜬 동생의 목소리에 그녀는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못 참겠다는 듯이 그가 이번에는 초콜릿 대신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녀는 이번에도 반항 없이 입을 열었고, 그의 혀가 그녀의 이를 쓸더니 혓바닥이며 입 안쪽 곳곳에 남아 있는 초콜릿의 맛을 탐했다. 맛있네. 스페르비는 히죽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밀어 침대 위를 함께 뒹굴었다. 그는 그녀를 근육이 붙기는 했으나 마른 자신의 팔로 꼭 끌어안고서는 만족스럽게 그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잔저스가 말이야…….”
“요새 너는 그 애 얘기만 하더라. 정말 좋아하는 여자애가 아니야?”
“끔찍한 소리 마, 누님.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너밖에 없어. 잔저스에 대한 마음은 어디까지나 충성심이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거지?”
“뭐, 좋냐 싫냐를 물으면 당연히 좋아하는 쪽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 사랑은 오직 너 하나뿐이야. 네가 없으면 사랑도 의미가 없어. 이탈리아 남자다운 말 하기는. 그녀는 그를 가볍게 흘겨보며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 해보자는 거지? 스페르비는 와락 그녀에게 달려들어 온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을 울렸다. 기진맥진해질 정도로 한참을 장난치고 논 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서 그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젠가는 너에게도 잔저스를 소개할게. 너도 분명 잔저스를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글쎄, 그녀가 정말 잔저스를 마음에 들어 했을까?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잔저스는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잔저스는 스페르비에게 자신의 가족을 버리길 요구했다. 내가 패밀리를 배반하니, 너도 너의 패밀리를 배반하라. 그러지 않고서는 나의 길에 동행하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 그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 스페르비는 별 반항 없이 그 명령에 수긍했다. 이미 자신은 일생을 걸고 잔저스의 뒤를 쫓기로 맹세한 것이었다. 어차피 스쿠알로 가문은 혈연에 대한 애정이 희박한 편이었고, 소년은 몇 번이라도 그를 위해서라면 가족 따위는 배신할 수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다만 그녀는 가족이기 이전에 자신의 연인이었다. 스페르비는 잔저스가 이야기하는 가족의 범위에 제 누이를 포함해 생각하지 않았고, 잔저스는 그 반대였다. 가족을 배신하라는 말에 스페르비가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잔저스는 레비에게 준비해둔 것을 가져오라 일렀다.
아무 긴장감도 없이 잔저스의 앞에 서 있던 스페르비는 이윽고 제 발치에 던져진 이를 보고서는 자신만만하던 표정을 거두고 말았다. 경악, 공포, 당황, 그런 감정을 전부 담지 못한 어린 낯은 도리어 무표정해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을.
그녀를 죽여라. 잔저스가 명령했다. 스페르비는 손발이 묶인 채로 제 발치에 엎어져 저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았다. 그에게 던져질 때 거친 바닥에 긁힌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로막은 재갈을 풀었다. 누님. 목이 막힌 듯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가 물었다.
“저 애가 잔저스니?”
“누님.”
“괜찮아, 나는 이해해.”
네가 할 일을 하렴.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가 처음 펜싱을 배우고서 오빠를 찔러 죽이고, 세 살짜리 우리 동생을 욕조에 빠트려 죽였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감했어. 너는 나를 사랑하지만, 그 사실은 의심하지 않지만 우리는 스쿠알로니까. 태어나는 상어의 새끼는 언제나 한 마리뿐이지. 그녀는 눈을 감았다. 스페르비는 검을 배운 이래 처음으로 손을 떨며, 제 왼손을 치켜들었다. 이윽고 비명도 없이 피가 뿌려졌다.
스쿠알로 가문에서 성인이 되는 자식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지금까지 이 규칙이 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