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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난……. 

  실내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이 풍경을 바라 본 게 얼마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네가 이걸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널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한 켠에서는 하루와 쿄코가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침울하게 앉아 있었다. 가족들이 있는 곳에는 소리를 삼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의 어머니가, 어머니를 안아 주는 아버지가 계셨다. 호노카는 어머니를 닮았구나. 한 켠에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나의 보스가 있었다. 그래, 보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든 책임과 중압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그의 곁에는 늘 있는 고쿠데라 하야토, 야마모토 타케시가 있었다.

 

  평상시라면 보스를 위로해 주어야 했다. 보스의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말할 힘이 없었다. 이제까지는 그래왔겠지만, 나는 모순적이게도 보스를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무쿠로 님도 잠시 들렀다가, 그녀는 내가 이곳에 있길 바라지 않을 것 같군요. 하고는 금새 자리를 떴다. 그래, 호노카는 무쿠로 님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무쿠로 님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할 겨를도 없었다. 무쿠로는 그것을 이해한다는 듯,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끝나지 않아… 돌고 돌 뿐이지.' 라고.

 

  사카츠기 호노카가 죽었다. 호노카는 내 곁에서, 언젠가 너를 위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너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며. 그래, 그렇게 넌 활짝 웃었다. 그리고 네 말대로 너는 나를 지키려다 그만 죽고 말았다. 패밀리의 기습이었다.

 

  보스의 명령, 아니 부탁으로 동맹 패밀리와 교류를 하던 와중, 동맹 패밀리가 기습을 해온 것이었다. 목적은 나였다. 아무래도 수호자다 보니 내가 사라지면 타격이 클 터였다. 아마 상대에서도 이렇게 생각했겠지. 아무리 나여도 여러 명이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최후의 일격이 내게 향했고, 나는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은 건 내가 아닌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 호노카였다. 내 뒤에서 심장에 총알이 관통당한 너는, 이내 가슴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호노카도 봉고레의 중심축이었기에 동맹이었던 패밀리는 곧장 도망쳤고, 나는 긴급히 보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는 호노카의 가슴 주변을 세게 눌렀다. 피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었다.

 

"괜, 찮아… 크롬. 나는…."

"호, 호노, 호노카……. 보스, 보스를 불렀어. 금방, 금방 올 거야."

"너보다… 내가… 먼저 가서 다행이야. 쿨럭… 나는 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거든."

 

  호노카는 힘겹게 손을 들어 내 뺨을 쓸어내렸다. 나는 호노카의 손에 제 손을 덧대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호노카는 아픈 듯 표정을 찡그렸다가도, 웃으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 호노카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호노카의 태생인 만큼, 장례는 일본에서 치뤄졌다. 사망 처리를 한 뒤 쯔야(通夜)*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하루와 쿄코, 하나. 후타와 이핀, 람보. 봉고레와 바리아도. 코로네로와 랄 미르치도. 호노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모두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늘 웃는 사람. 그래서 그들은 진심으로 호노카를 추모하고 있었다.

 

"크롬 씨, 좀 어때요?"

"어, 으응… 괜찮아."

"그래도 밥은 드셔야 해요…!"

 

  울음을 꾹 참은 하루가 물기를 품은 목소리로 제게 말했다. 언제 다가온 건지. 식사를 안 하고 있어 내가 걱정된 모양이었다. 하루는 호노카와 무척 닮았다. 금방이라도 내 옆에서 '맞아! 크롬은 너무 밥을 안 챙겨. 하루, 좀 더 혼내!' 라는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데. 하루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말 없이 내 옆으로 와 앉아 내 곁을 지켰다. 요즘은 쯔야를 몇 시간 안 한다고 했지만, 모두의 뜻을 담아 밤을 새겠다 했다. 부모님은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말했다. 우리 호노카가,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었군요.

 

  시간이 어떻게 흐른 걸까. 어느덧 장례를 다 마친 후였다. 호노카는 화장된 채 어느 사찰에 안치되었다. 하루와 쿄코가 걱정 담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같이 있겠냐고 했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다. 고개를 저은 채 집으로 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나와 호노카는 동거를 시작했다. 아, 그래. 여기에서도 짐을 빼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호노카의 향기가 나를 덮쳤다. 야옹- 하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현관에 서 있자, 리리가 먼저 내게 다가와 고개를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리리는 나를 올려다 보며 한 번 더 울었다. 마치 자기 주인은 어디 갔냐는 듯이. 나는 대충 신발을 벗은 채 현관 앞에 누워 버렸다. 누운 채로 집을 바라보았다. 저건 호노카랑 20살 된 기념으로 찍은 사진. 저건 6주년 기념으로 갔던 디즈니 랜드. 저 디퓨저는 호노카가 좋아하던 향… 어느새 앞이 뿌옇다. 나는 이제서야 눈물이 나왔다. 생전에 호노카가 키우던 고양이, 리리는 내 옆에서 슬픔을 나누려는 듯 어떻게든 내게 비집고 들어와 누웠다. 그 모습에 더 눈물이 나왔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네가 없는 난…….

 

*쯔야(通夜): 가족, 친지 등 고인과 친했던 사람들이 음식과 술을 나누며 고인의 넋을 기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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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봄과 함께 오리니,

​당신의 시체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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