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이면 잊을, 짧을 사람이자 사랑
사람은 죽는다. 마피아의 삶을 살고 있으니 죽는 게 아니라, 평생을 살 수 없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죽는 것이다. 프랑은 무쿠로가 자신을 제자로 두었을 때부터, 혹은 훨씬 그 전부터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때 그의 나이 열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으므로 죽음에 대해 일찍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죽음이 무섭다는 건 별개의 일이다.- 어쨌든, 죽음이란 건 멀지 않았고 누가 죽는다고 슬퍼할 프랑은 아니었다. 남들과 깊은 관계를 쌓을 만큼 적극적이거나 좋은 이미지도 아니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아무도 없다 해도 막상 신경 쓰지 않는 날이 많았다. 태생적으로 그런 성격이기도 한 게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였으니 그녀의 죽음도 자신에게 있어 그렇게 슬픈 일은 아니다. …아마도.
애초에 그녀는 일개 단원이었다. 그런 것치고 벨 선배가 호의적이고, 작전 대장도 그녀를 임무에 포함하거나 보스가 이름을 기억하는 걸 보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 터였다. 그렇다는 건 그녀의 어떤 부분이 특별했던 걸까.
“Me는 잘 모르겠단 말이죠.”
프랑은 제 앞에 있는 관에 손을 올렸다. 관 안에는 그녀의 시체가 깔끔하게 누워 있었다. 눈을 살짝 덮는 흑발의 머리카락과 목을 반쯤 덮을 정도의 짧은 뒷머리는 숨소리에 따라 움직일 법도 할 텐데, 그녀의 죽음을 알려주듯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시체 주변에는 흰색의 꽃들이 놓여 있었고, 피는커녕 붉은색 자국 하나 남지 않아 그녀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흔들어 깨웠을지도 모른다고 프랑은 생각했다. 바리아의 일원들은 관 앞에 인사를 한 것으로 짧은 장례식이 이뤄졌다. 일개 단원이 죽었다고 이렇게 장례식을 챙겨주는 날이 있었던가? 누군가에는 단촐한 장례식처럼 보여도 바리아에게 있어 시체를 버리지도, 곧장 태우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죽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며 프랑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정말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프랑은 그녀에 대해, 유진에 대해 떠올려야만 했다.
*
“프랑, 여기서 뭐 해?”
“그러는 최악이야말로 왜 여기 있습니까?”
프랑은 제 머리 위에 있는 모자를 고쳐쓰며 유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벨 선배가 억지로 씌운 모자는 걸어다니는 만큼 움직여 퍽 거슬린 존재였다. 그래도 씌지 않는 게 더 귀찮으니까, 프랑은 금방 모자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돌렸다. 크게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단조로운 목소리가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그 탓인지 그녀도 자신만큼 차분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녀의 싸움방식도 물처럼 흐르듯 움직였고, 큰 동작이 얼마 없어 간소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녀와 같이 전투에 나서면 크게 움직이거나 생각할 필요없이 가장 힘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적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적의 싸움방식, 약점, 공격의 사방거리, 다음으로 이어질 공격, 자주 쓰는 공격까지 유진은 마치 자신이 적인 것처럼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해 동료의 움직임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벨 선배가 그녀를 가장 좋아했다. 유성애적인 의미가 아니라,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 편하다고 떠들어대는 모습을 하루이틀 본 게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프랑은 네에, 네에~ 하며 대충 듣는 티를 내었다. 단순히 벨 선배가 귀찮은 탓이었다.
프랑은 유진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었다.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 말해도 돌아오는 답은 나도 널 잘 모르는걸, 이런 답이라 무언가 물어보려 해도 의욕이 빠지고 마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프랑이라고 그녀에게 자신의 정보를 준 적 없으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아쉬운 티라도 낼 것이지, 그럼 Me가 신나서 알려줄지도 모르잖아요. 프랑은 유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어쩌면 우린 서로에 대해 잘 몰랐기에 끌렸을지도 모르니까.
“여기, 하늘이 잘 보여. 멀리 있는 곳도 잘 보이고.”
한참 생각에 빠져있는 프랑의 머릿속에 그녀의 말이 얹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늘에 시선을 두자 구름에 가려진 달이 옅은 빛을 나타내고 있었다. 프랑은 이를 보고 유진을 닮았다 생각했다. 지겹게도, 지나갈 풍경 하나마저도 의미를 담아 그녀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You는 이런 걸 좋아합니까?”
“응, 좋아해. 별도, 달도, 구름도…”
그리고 저기, 보여? 유진이 손가락을 들어 가르킨 곳은 나무 뒤에 숨은 인영이었다. 대원들의 얼굴 하나하나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밤 속에 숨어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우리의 편이 아닌 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멀리 있는 것들도 잘 보여서 대처하는데 어렵지 않아. 이미 멀어진 거리를 보면 유진은 이를 알고도 그를 놔준 것과 다름 없어보였다. 하지만 수상한 사람을 놓아준 건 유진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간부들도 알았을테니, 일부러 놓아준 건 그들이고 유진은 직접 눈 앞에서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간부가 아닌 일개 단원이었고, 직접 내린 명령이 아닌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게 당연했다.
“우리 단원이 저 정도의 수준을 놓칠리가 없겠지.”
아, 그녀의 말에 프랑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 시선을 내려 움직이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웠던 나무 사이에 작은 불빛이 번쩍이고 보이지 않지만 도망가던 이는 분명 죽었을 게 분명했다. 불빛 이후로 움직이는 건 본부에 돌아오는 단원들 뿐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유진이 보고 있었던 건, 도망가는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자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가 죽을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혹은 죽음 밖에 선택지가 없을 그를 구경하듯 유진은 그 순간을 기다리며 이곳에 서있었다.
프랑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언제나 죽음을 보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저걸 보려고 여기 있던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냐. 별도, 달도, 구름도 좋아한다 그랬잖아. 아예 부정하기도 어렵지만.”
“You도 참 최악이네요.”
“그거 진심이야?”
프랑은 그녀가 좋아한다고 늘어놓은 말에 안개는 좋아하는지 묻고 싶었으나 평소의 말버릇을 내뱉는 게 전부였다. 싫어할까봐 걱정한 게 아니라 그녀가 좋아한다 말한 게 프랑이 생각한 것들이 아니니까. 그의 말버릇을 알아본 듯 그녀는 작게 웃으며 되물었다. 프랑은 아무런 말도 안 했고, 유진은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언제나 죽음 앞에 있잖아.”
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몰라서 무서워.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제 귀에 닿아 그녀가 진심을 담아 말한 게 맞는지 프랑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 진심일 것이다. 자신도 단조로운 목소리로 진심을 감추듯 진심을 말하고 마니까. 프랑은 그녀와 자신이 다른 걸 알았으나 닮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기껏 해야 저보다 1살 많은 주제에, 언제 죽어도 상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싸우면서 언제부터 죽음이 무서웠는지 물어볼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와 드는 생각은 있었다.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든 살았어야죠. 왜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기억 중 그녀는 살고 싶었다는 기억을 남기고 떠났는지, 그리고 그 사실이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지, 프랑은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떠난 사람을 붙잡을 마음 하나 없었으니까.
“여기서 뭐 하냐, 바보 개구리.”
“벨 선배.”
시체 처음 봐?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죽어서 발걸음이 안 떨어져? …최악이네요, 이런 사람 좋아한 적 없습니다. 솔직하지 못하긴. 대놓고 놀리는 벨의 말투에 프랑은 질색하며 대꾸하였으나 돌아오는 건 여전히 어린애를 대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의 반응에 프랑은 속으로 벨 선배가 더 유치하다며 투덜거렸고, 벨의 시선은 프랑을 향해 있었을 터였다. 둘 사이에는 한참동안 오가는 소리가 없었다. 발걸음을 옮기지도, 말을 나누지도 않았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방은 무엇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의 상태에 가까웠다. 두 사람은 그러한 정적이 익숙한 듯 했지만, 프랑은 한참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에게 말을 거는 결심을 한 것 같았다. 한 차례 숨을 들이쉬고 내뱉은 문장은 그가 지금 가장 원하는 이야기였다.
“…이 사람, 선배한테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유진에 대한 이야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끝끝내 알고 말겠다는, 프랑에게 있어 얼마 없는 미련이었다. 전부 알게 된다고 해서 무언가 바뀔 게 있을까? 확신을 내릴 수 없다. 그녀를 보았던 순간들에도 프랑은 아무런 확신도 내린 적 없었으니 그녀가 없는 지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묻는다.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묻지 못할 것 같았다. 자신이 바리아에 어울리는 인재인 이유가 있다. 봉고레에 들어갈 정도로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스승 밑에 남을 정도로 그를 따르거나 제 이익만을 탐하지 않는다. 마냥 너그럽지 않고, 너무 매정하지 않은 바리아에게 들어온 건 자신도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지나면 그녀를 잊을 게 분명하다. 지금 그녀를 위해 슬퍼할 수 있어도, 다음 날까지 그리워하지 않는 정도의 사람. 그러니 답을 달라고, 스승 다음으로 자신을 오래 본 벨 선배에게 묻는다. 잊기 전에 유진을 남겨놓고 싶다고. 자신에게 간절한 눈빛이 있다면 평소처럼 장난이 아닌, 진심을 담아 바라봤을 일이었다. 일부러 슬픈 표정을 안 짓는 게 아니라 정말 그게 최선이었다는 건 그라면 알아줄 듯 했고, 모른다면… 나도 모르겠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모르는 게 투성이다.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거야, 너.”
벨 선배의 미간이 좁혀진 게 보인다.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평소라면 자신이 잘못한 게 있어도 아니라며 우겼을 일인데도, 지금은 왠지 이마저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벨 선배를 바라보던 얼굴은 어느새 관으로 향해 있어 꽃잎 사이로 툭하니 떨어지는 물방울이 제 눈에 들어온다. 이게 뭐지? 나는 울고 있나? 왜? 그녀가 그토록 소중했어서, 그럴리가. 슬픈 감정이 느껴져도 표출될 만큼 벅찬 감정은 아니다. 이제와 눈물 흘릴 자신이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당장 눈 앞에 있는 그에게 이게 무엇이냐고 묻고 싶은데, 답을 알려줄 이는 그가 아니라 관 속에 누워있는 사람인 걸 알고 있다.
“어제도… 어제도 만났어요.”
*
“프랑, 다친 곳은 어때?”
“Me는 다친 곳 없는데요. 오히려…”
프랑은 저를 내려다보며 말을 거는 그녀를 눈으로 훑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싸움에 지쳐 누웠을 뿐인데, 환각으로 만들어낸 자신의 피가 그녀의 눈에는 실제인 줄 알았나보다. 자신이 쓰러진 것처럼 보였던 걸까. Me보다 더 오래 싸웠으면서 그 정도 구분도 못 하고, 괜찮은 거 맞아? 오히려 정말 다친 건 당신이면서. 대충 살펴보더라도 몸 절반에 붕대를 감은 게 보이는데. 저 상태 그대로 내일 다시 전투에 임하는 건가? 제 입에 남을 걱정하는 말 따위, 나오지 않아 프랑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다치지 않거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때도 괜찮냐며 물었던 그녀였다. 당연히 멀쩡하다 답했고, 그때의 그녀는 다친 곳 하나 없는 모습이었던 탓에 걱정스런 말 하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치료도 다 했는데 뭐하러 말을 얹어.
“이번 싸움은 다른 때보다 지겹네요.”
“그러게, 그래도 내일이면 끝날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음…, 내가 있잖아.”
“You가 뭐, 만능이라도 됩니까?”
Me는 이런 싸움에서 지겹도록 살아남는 건 스승 밖에 못 봤어요. 그리고 Me가 봤을 때, You는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요. 언제나와 같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서 분명 그녀도 그래? 하면서 웃는 게 전부였다. 늘 해왔던 대화에 프랑은 그래도 만약 내일 지겨운 싸움이 끝난다면 괜한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좋은 말 하나쯤 남길 생각이었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는 생각은 누군가의 플래그가 될 수 있는, 사소한 당연함 따위 깜박 잊은 게 문제였다. 아니지, 그녀의 죽음이 자신의 탓은 아니다.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리고 뻔하게도 싸움은 그녀가 말한대로 바리아의 승리로 끝이 났고, 프랑이 유진을 찾았을 때에 이미 그녀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프랑은 알 수 없었다. 선배들이 믿는 단원이었고,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도 믿는 사람이었고, 멀리 나가 싸워도 돌아올 줄 알았다. 사망플래그가 원인이었나? 상처가 심한데도 나간 탓인가? 혹은, 그녀가 죽음을 바라보고 있던 탓일까. 프랑이 피투성이가 된 유진을 보기 전에 시신을 수습했던 건 괜히 보았다가 그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바리아 간부들의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프랑은 덤덤했다. 어쨌든 마피아고, 사람이 죽는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렇게 소중하지도 않았고, 그녀에 대해 아는 건 없고… 그러니 장례식을 치르기 전 평소와 지나가리라 모두 생각했다.
*
이 정도로 어린애였나? 누군가의 죽음에 눈물 흘릴만한 아이였나. 벨은 프랑이 아직 어린아이인 걸 알아도 약한 감정은 아니기에 바리아에 어울린다 생각했었다. 확실히 프랑이 다른 단원보다 유독 그녀를 따라다닌 걸 기억한다. 좋아하는 사람도 본인과 꼭 닮은 게 유진은 웃어도 웃는 티가 나지 않았고,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래도 프랑이 저를 따라올 때면 앞서 나가지 않고, 옆에 오길 기다린 걸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다정한 손길로 프랑을 쓰다듬어주었던 걸 알고 있다. 벨은 남의 연애에, 그것도 부하의 연애마저 간섭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젠가 유진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너 말야… 바보 개구리가 좋아?’
‘…글쎄, 아마도. 프랑이 날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는 것 같아.’
그 목소리가 어찌 단조로운지 벨은 자신이 듣고 있는 게 사랑고백인지 기계음인지 구분조차 못할 뻔했다. 바보 개구리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유진은 더하니 둘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 탓에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걸 알고 있거나 얼마 안 가 사귈 줄 알았던 벨의 생각은 제 3자의 상상만으로 남게 되었다. 유진은 죽었고, 프랑은 그녀가 죽었을 때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근데 그게 어린아이의 고집이었던거지. 자신이 살면서 타인의 사랑에 말을 얹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바보 개구리, 네가 유진을 좋아한 만큼 걔도 널 좋아했어.”
괜히 덧붙이자면 난 좋아한 적 없어. 이제 됐냐? 이어지는 벨의 말에 프랑은 한참 멍하니 서있었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벨의 뒷모습에 대고 저런 사람 좋아한 적 없다고, 아는 것도 없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저런 사람 좋아할 리가 없다고, 아까와 같이 말할 수가 없었다. 유진은 어떤 사람인가, 프랑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나.
프랑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무얼 떠올려도 그녀가 향하는 곳을 자신은 따랐고,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그녀의 행동에 의미를 두고 만다.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이제 볼 수 없는 사람. 내일이면 잊을, 짧은 사람이자 사랑. 그녀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어쩌면,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평생 모를 수도 있었던 감정이었다.














